총 맞은 것처럼?

총 맞은 것처럼?

그날 밤,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호의 마음속은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무심코 흐르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슬픔과 허탈함이 섞인, 이상하리만큼 가벼운 웃음이었다.


지호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비어 있었다.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그녀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에서는 추억들이 쉴 새 없이 흘러넘쳐 땅에 떨어졌다. 지호는 그 추억들을 잡으려 했지만, 그것들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다. 심장이 멈추어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지 않았다.


"우리 왜 헤어져? 어떻게 헤어져?" 지호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가슴은 더욱 아파왔고,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지호는 무작정 그를 쫓아갔다. 그가 도망치듯 걷는 모습 뒤에서, 지호는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는 사라져 버렸다. 지호의 가슴에 남겨진 것은 빈틈없이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과 아픔뿐이었다.


"어떻게 널 잊어? 내가 그런 건 몰라, 몰라." 지호는 혼잣말을 했다. 그녀의 가슴은 뻥 뚫린 채 채워지지 않았고, 죽을 만큼 아팠다. 총에 맞은 것처럼, 그녀는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물은 별빛에 섞여 조용히 땅으로 떨어졌다.

밤이 깊어가고, 지호는 홀로 거리를 헤매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녀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고요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여전히 소란했다.


지호는 한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그와 함께 보았던 별들을 기억했다. 그 추억들은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있었지만, 이제는 아픔의 원천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마치 그 아픔을 진정시키려는 듯했다.


“어떻게 좀 해줘, 날 좀 치료해줘.” 그녀는 속삭였다. 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공허했고,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고, 지호는 천천히 일어서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앞에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거울 속의 지호는 눈물이 말라붙은 볼과 텅 빈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살 수가 있다는 게 이상해.” 지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그를 잊으려 노력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


거리를 걷는 동안, 지호는 그와의 추억이 깃든 곳들을 지나쳤다. 그곳마다 그녀의 가슴에는 새로운 아픔이 생겨났고, 그녀는 그 아픔을 견디며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걸어도, 그녀의 가슴 속 구멍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아픔은 그녀와 함께 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호는 결국 한 강변에 이르렀다. 새벽녘의 고요한 강물이 그녀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일렁였다. 그녀는 강가에 앉아, 잔잔하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녀의 눈물을 말려주었고, 마음 속의 폭풍도 조금씩 잠잠해졌다.


그녀는 물결에 자신의 고통을 실어 보냈다. 마치 물결이 그녀의 아픔을 데려가 주기를 바라는 듯이. 지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그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 추억들은 이제 더 이상 아픔의 원천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지호가 겪은 사랑과 슬픔의 증거였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마음속 깊이 간직했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고, 새벽의 어둠은 점점 물러갔다. 지호는 서서히 일어서며 자신의 마음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별이 가져다준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치유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또한 새로운 시작을 향해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호는 강변을 떠나며, 한 번 더 뒤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더 이상 눈물이 없었다. 대신, 희망과 강인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는 강한 발걸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그녀의 가슴 속 구멍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 구멍은 그녀가 사랑했던 추억과 함께,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광석 기자 lks0517@m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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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12.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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