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뉴스8080 (14.♡.70.68)| 23-05-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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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법정 스님 글


바람 부는 세상에서


지난 밤 이 산골짜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도록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창문을 가렸던 비닐이 갈기갈기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재를 쳐내는 데 쓰는 들통도 개울가에


굴러가 있었다. 대단한 바람이었다.


내일 모레가 우수雨水인데 사나운 바람이 부는 걸 보면,


겨울이 봄한테 자리를 내주고 물러갈 날도 머지 않았나 보다.


바람은 왜 부는가. 어디서 와서 또 어디로 가는가.


기압의 변화로 인해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인 바람은


움직임으로써 살아 있는 기능을 한다. 움직임이 없으면


그건 바람일 수 없다.


움직이는 것이 어디 바람 뿐이겠는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그 나름으로 움직이고 흐른다.


강물이 흐르고 바다가 출렁이는 것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도 움직이면서 안으로 끊임없이


수액을 돌게 한다.


해가 뜨고 지는 거나 달이 찼다가 기우는 것도,


해와 달이 살아 있어 그런 작용을 한다.


우주의 호흡과 같은 이런 움직임과 흐름이 없다면


사람 또한 살아갈 수 없다. 이 세상에서 멈추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멈춤과 고정됨은 곧 죽음을 뜻한다.


그러니 살아가고자 한다면 그 움직임과 흐름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것은 변화를 거치면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하나의 극에서 다른 극으로 움직이면서 변화한다.


이런 변화와 움직임을 통해서 새롭고 신선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시끄럽고 요란하다. 거액의 대출을 둘러싼 비리와 부정이,


우리 사회에서 처음 일어난 일처럼 야단스럽다.


정치권력과 재력이 한데 어울려 빚어 놓은 부정과 비리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뭔가 그전과는 좀 달라질 것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달라지기는 고사하고 갈수록 태산인


그 혼미 앞에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믿었던 도끼에 발을 찍히는 배신감마저 느껴야 한다.


국가기관과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환멸 또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 정도가 이제는 극에 달한 듯싶다.


우리는 요 몇 해 사이를 두고 끊임없이 이런 비리와


부정 앞에 국민적인 긍지와 나라의 체면을 여지없이 짓밟혀 왔다.


그런데 더욱 통탄스러운 것은 이와 같은 비리와 부정 앞에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기이한 현실이다. 모두가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책임질 사람이 없는 사회에 우리가 몸담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허망하고 위태로운 삶인가.


한때 경제적인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끼여들겠다고, 세계 일류국가를 이루겠다고 벼르고 장담하던


국가적인 의욕과 국민적인 희망은 1997년 2월 현재 그것이


허구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의 실체를


잘못 인식하고 떠들어댄 정치꾼들의 분홍빛 선전에 지나지


않은 허세였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것은 되어진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다.


이미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루어지려는 그 과정이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그 어떤 비극적인 상황 아래서라도


우리는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절망이 곧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건 안 하는 사람이건


가릴 것 없이 요즘 입만 열었다 하면 모두가 하나같이


불경기와 불황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울적하고 어두운


표정들을 짓는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모든 영역이 불경기이고


불황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경제적인 현상이 곧 인간의


전체적인 생활현상과 동일한 것일 수 있을까.


인간생활에는 경제적인 현상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현상과 정신적인 현상, 이밖에도 경제 외적인 현상을 통해서


넉넉치 않았던 경제적인 현상을 무난히 극복하면서 사람답게


살 줄을 알았다.


그동안 우리가 생명을 기르고 지탱해 주는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면서 흥청망청 너무 과분하게 살아 왔던 자취를


이 불경기와 불황의 시점에서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 온 날들이 우리들 분수에 알맞는 삶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하루하루 우리의 살림살이가


내 자신과 이웃에게 복과 덕을 심었는지, 그 복과 덕을


탕진하는 것이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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